2022. 3. 7. 16:11ㆍ일상같은 여행/the UK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큰 자연이었다면, 그다음 목적지는 나에게 새로운 첫발이자 스코틀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글래스고 (Glasgow)였다.
글래스고하면 ABBA의 Super Trouper가 생각난다. ABBA 시대의 사람은 아니지만, (ABBA의 시대가 따로 있을까?) 우연히 알게 된 이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도입부에 글래스고가 등장한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막연한 익숙함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대감까지.. 건축을 공부한 나에게 글래스고는 한 가지 의미를 더 가진다. 그것은 건축의 거장이라는 글래스고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로 쉽게 요약하자면 설계를 잘못해 망한 케이스다. (그런데 지금 사실을 다시 확인해본 바 그것은 플루트이고라는 세인트루이스에 일본계 미국인이 건축가였던 사람이다. 고로 1도 관련이 없는데... 나의 뇌 속에서 무언가 단단히 꼬였다. 고로, 오늘부로 삭제 및 이렇게 하나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글래스고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유럽이나 영국 지역에 비해 글래스고(in 스코틀랜드)에 사는 주민의 나쁜 건강상태와 낮은 기대수명을 말한다. - 위키백과 어디서 들었는지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현상 때문에 나에게 글래스고의 이미지는 중공업으로 흥했다가 쇠퇴한 불운한 도시였으나, 실제로 겪어본 글래스고는 굉장한 문화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망'만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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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시작된 문화도시재생사업은 외곽을 새로이 개발하는 대신 도시 중심으로부터 재생을 시작하며 글래스고의 이미지를 바꾸어나간다. 1990년대는 유럽의 문화도시로 선정이 되었고, 2016년 방문 당시의 글래스고는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다양한 박물관과 갤러리, 극장 등이 있고, 안전하고 심지어 나의 여행에 있어서는 따뜻한 순간을 경험했던 곳이다. 덧붙여 2021년 작년에는 글래스고 유엔 기후위기 협약이 이루어진 장소로 까지 발전했다.
글래스고의 문화유산을 말할 때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Charles Rennie Mackintosh (1868-1928)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건축가는 아르누보의 거장이라 불리며, 누구는 이 시점이 근대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까지 말한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장식적인 곡선이 돋보이지만 상당히 모던하다. 매킨토시의 디자인에서는 아르데코의 면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반복과 지그재그, 기하학을 사용한 디자인 요소들을 일컫는다.
글래스고 대학교로 향하던 길에 우연히 스친 The Glasgow School of Art ( 글래스고 예술학교)는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모교로, 당시 28세 매킨토시의 디자인 안이 예술학교의 설계 공모에 당선되어 1900년대 초반에 완공되었다. 형태, 구조부터 내부의 작은 소품까지 굉장히 섬세하게 디자인을 했고 이 프로젝트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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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은 도서관 건물로 이모냥이지만, 매킨토시의 디자인 언어를 제대로 보기 위해 검색의 힘을 빌려본다.
글래스고 예술학교 아카이브가 세세한 도면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잘 구성되어있다. 실물은 아래와 같다. 화재가 나서 리모델링이 진행이 되었는데, 지금도 구글 지도로 들어가면 공사 중이다.
매킨토시는 the four(4인조)라는 그룹의 일원으로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건축의 모든 부분을 디자인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존경스럽다.) 약간의 유령 같은 모습의 여인의 형상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모호하면서 혹은 섬뜻하기까지 한 디자인도 있지만(이 부분에 있어서는 부인인 마그릿 막도널드의 창작 성향이고, 20세기 초 글래스고 스타일의 특징 중 하나로 정의되기도 했다), 기하학적이면서 유니크한 등과 가구 그리고 창틀과 작은 하나의 디테일들이 그의 디자인으로 하여금 매킨토시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매킨토시의 집에서 가장 극대화되었다고 보는데, 여기서도 그는 건축의 모든 부분을 만들었다.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심지어 패브릭까지 연출했다. (University of Glasgow > The Hunterian > The Mackintosh House) 지금의 매킨토시 하우스는 글래스고 대학교의 헌터리안 박물관에 속해있는데, 화재로 유실된 예전 매킨토시 하우스를 고증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글래스고 대학 안 도서관 옆) 최대한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참고로 내부에서는 사진을 촬영할 수 없어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없지만, 실과 실을 옮겨 이동하면서 보았던 공간의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그 빛에 보이는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가 굉장히 감각적이었다. ( 조금은 아이러니한 것은 회화작품으로서의 아르누보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아르누보의 거장인 그의 작품세계는 나에게는 조금 딱딱하다. 아마도 고증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료로 남아있는 옛날의 사진을 보면 훨씬 따뜻하고 집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난다. )
매킨토시 하우스는 헌터리안에서 웹상으로 잘 구현을 해놓았다. 곳곳으로 이동을 자유로이 하며 설명도 되어있어 실제로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University of Glasgow - The Hunterian - Visit - Mack House Virtual Tour
https://www.gla.ac.uk/hunterian/visit/mackhousevirtualtour/
University of Glasgow - The Hunterian - Visit - Mack House Virtual Tour
The Mackintosh House forms an integral part of the Hunterian Art Gallery on the University of Glasgow campus. It is a meticulous reassemblage of the principal interiors from 78 Southpark Avenue (originally 6 Florentine Terrace), where Charles Rennie Mackin
www.gla.ac.uk
글래스고 중심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명한 매킨토시의 공간 중 하나는 Willow Tearoom이다.
처음 사진으로 보았을 때 입면 파사드의 테두리에 있는 검은점이 건물의 위치를 표시하려고 이미지 위에 표시해놓은 줄 알았는데, 실제 입면에 있는 장식적인 요소였다. 시각적인 착각을 일으키는 재밌는? 표현이다.
몇 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이용되면서도 공간 자체를 대여하기도 한다. 사방에서 매킨토시를 외치고 있을 공간이 궁금하긴 했지만, 당시 공사 중으로 방문할 수 없었다. 현재 체크한 바로는 메뉴는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The Lighthouse는 레니 맥킨토시가 설계한 명소로 원래 언론사 건물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랜드마크로써 건축, 디자인, 도시 관련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다. (매킨토시 굿즈샵이 있다)
이곳의 포인트는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부로, 유명하면서도 건축의 미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형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 다른 상상의 공간으로 이어질 것만 같다.
비록 6층밖에 되지 않는 낮은 탑 모양의 건물이지만, 중심부에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글래스고이기에 전경을 널리 볼 수 있다. 시원스러운 풍경은 아니어도, 아기자기한 안정감을 주는 뷰이다. 누구네 집 다락방에 와 있는 듯한, 옆집사람과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높이이다.
매킨토시로 알아보는 글래스고는 이만큼이라면, 풍부한 문화의 도시라 했던 글래스고의 모습들은 다음 글에서 더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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