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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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가까워질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정해질 수 있을까?
귀촌이란 이름으로 이주를 하는 청년이 많은 요즘, 자리 잡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수 또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이 많다. 오래된 농촌마을은 씨족이 살고 있거나 씨족이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다 보니 옆집의 사정을 잘 아는 편이고 낯선 사람이 쉬이 어울릴 수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는 어느 정도 폐쇄적일 수 있고, 새로운 사람으로서 그 커뮤니티에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과 무엇보다도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 노력을 기울이기에 낯선 농촌마을이라는 곳은 상황도 경우도 조금은 막연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가볍게 2주간의 스테이기에 부담감이 좀 덜했지만, 관계가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내기로 한 독곡마을은 고창 운곡습지 주변의 어느 ..
2022.08.28 -
치유의 숲으로 a.k.a. 운곡습지
독곡마을 뒷산으로 바로 이어지는 운곡습지는 참으로 신비로운 곳이다. 습기가 가득한 공기는 끈적이고 불쾌하다고 느껴지기보단, 자연의 싱그러운 향이 그대로 실려있고 상쾌하고 촉촉하다. 대밭, 소나무밭, 활엽수 사이를 해치고 가다 보면 조금씩 다른 공기에 무언가 정확히 알 수 없는 미묘한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으로 즐기는 이곳은 시기상 온통 밝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바닥에 촉촉이 고여있는 물 위로 다양한 풀이 자라고 종종 노랑상사화나 하얗고 노란 연꽃, 보라색 꽃이 점점이 포인트를 준다. 꽃과 열매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동물들도 숲의 다양한 풍경에 한몫을 한다. 노란줄무늬가 있던 장수하늘소와 검은색부터 하얀색까지 다양한 나비, 파란 잠자리, 처음 보는 수수한 또는 화려한 모습의 새가 숲의 풍경에 표정..
2022.08.28 -
뻘을 좋아해요
고창은 참 좋은 곳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차가 있다면) 산과 들과 바다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가 이렇게 풍요로운가 싶고, 식당 밥상 인심도 넉넉한가 싶다. 고창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몇 가지가 있다. 독곡마을은 운곡습지와 가까운 마을이어서 산과 들은 언제든 갈 수 있지만, 바다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올해 바닷물에 발을 담그지 못했다... 빗물에만.. 크게 지도를 보면 부안군과 고창군을 사이로 바다가 깊게 파고 들어오는데, 땅과 물의 경계가 흐려지는 곳인 거다. 이런 곳에는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갯벌이 있다. 갯벌은 생명의 보고로 엄청난 정화작용을 하면서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터전이다. 이 갯벌 때문..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