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ke District를 한눈에 담는 in Windermere

2022. 2. 14. 00:10일상같은 여행/the UK

영국에 살면서 뒷산 느낌이 아닌 등산다운 등산의 경험은 저에게 많지 않았습니다. 영국이라 하면 산보다는 언덕(heel)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잉글랜드요. (하지만 이것도 제 경험이 짧을 뿐, 분명 산다운 산은 어디에나 있겠지요) 서울에 있는 북한산이나 남산을 생각해보면 나무도 많고 가파르고 정상이요!라고 보여주는 듯한 봉들이 존재하는데, 그런 느낌의 산을 경험해보기 힘들었어요. 사실 이런 산들이 굉장히 높아 보이는 건 평지와 산지가 다양하게 어우러져서 보여주는 큰 대비감 때문이겠죠.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굉장히 넓은 산악지역이고 그 사이사이에 많은 호수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에서 보이듯 땅에 붙어 있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호수이고, 아름다운 호수들이 언덕을 지나 산 하나를 지나 계속 나타나니 호수가 많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역이 된 것이겠지요. 

윈더미어 지역에 왔다면, 등산 대신 한 시간 정도의 간단한 등산(?) 코스로 주변이 한눈에 펼쳐지는 그런 곳이 Windermere 기차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Orrest Head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말했던 Claife Viewing Station이 주변으로 펼쳐져 보이는 호수라면, 이곳은 한눈에 내려다보는 호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앞서 말했던 그런 언덕 같은 느낌의 Orrest Head인데, 생각보다 높지 않아 빠르고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근데 그 당시 상당히 힘들어했던 제가 떠오르네요. 

자세히 보면 783 feet(238m,북한산836m), 정상까지 20분 소요
항상 선택점

 

다른 자연 지역을 돌아다닐 때도 서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인사를 많이 주고받았었는데, 여기서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라고 말해주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기여엉차

간단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종종 가파른 구간들이 있어 숨이 차오르기도 하는데요. 저는 특히 이 당시 웰리(가드닝이나 승마 시에 신는 고무부츠)를 신고 여행을 하고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물에 뛰어들 태세인가) 조금 더 힘들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지나면 아름다운 추억.

빼곰히 보이는 예고편, 기대된다.

힘이 부칠 때즘 예고편을 보았습니다. 봤으니 제대로 봐야죠. 그래서 더 힘을 내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앞으로 보이는 단단단 계단을 오르면 바로 viewing포인트가 나옵니다! (peak가 아님주의) 사실 이 순간이 가장 설렙니다.

SW, 한눈에 보이는 Windermere
NW, Grasmere가 보일락말락

윈더미어 호수가 남북으로 굉장히 길다 보니 Orrest Head는 북쪽으로부터 1/3 지점 정도에 위치합니다. 

NE
수고했어요 내 웰리. 유명관광지에 빠지지 않는 낙서자국.

걸어서 오는 길이 힘들긴 했지만, 가뿐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산행이었습니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장애인 휠체어도 이곳에 오를 수 있도록 길을 구성해놓았다는 것인데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좋은 영국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탁 트여있는 오레스트 헤드에 서서 내가 갔던 곳들을 다시 한번 찾아봅니다. 그리고 저 산 넘어 뭐가 있을까란 상상도 같이요.

 

 

호수 주변을 여행할 때는 구름이 많이 끼여 덥지 않게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사진은 글루미 하게 나와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레스트 헤드에서는 햇살이 예쁘게 내려오는 호수를 바라볼 수 있어서 신이 나고 좋았습니다. 거기에 겨울이 다가오는 듯한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고요. 

 

 

 

여행을 할 때는 한 번씩 이렇게 뷰포인트를 찾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거리를 알 수 없을 만큼의 멀리 보이는 풍경이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큰 감흥을 주기 때문일까요? 다른 분들의 시간을 멈춘 뷰는 어디였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