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1. 22:06ㆍ일상같은 여행/the UK
로질리를 아시나요? (오늘은 공손체)
영국에 살고 있으면서, 자연을 좋아한다면 들어보았을 이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골스라는 나무를 좋아한다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만한 곳이지요.
로질리는 넓은 모래사장과 함께 골스 군락이 펼쳐진 해안가 언덕이 함께하는 곳이에요. 골스 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믿거나 말거나 발음이 약간 비슷한 South Gower Coast 라고 부릅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기억하는 것은 Gorse(나무)가 Gower(지역)와 헷갈려서 처음에는 같은 스펠링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검색을 해도 왜 안 나오는 것이지... 물음의 끝에서 드디어 나무의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기 때문이죠!
이곳으로 가려면 스완지에서 출발해 Gower AONB를 거쳐가야합니다.
여기서 AONB은 Area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의 약자로 영국(스코틀랜드를 제외한)에서 특별히 아름다우면서도 가치 있는 자연환경을 가져 후세에 남길만큼 중요한 곳을 보존하고자 지정한 곳을 말합니다.
Gower 반도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AONB로 지정된 곳으로 라임스톤으로 된 절벽과 아름답게 펼쳐진 모래사장, 그리고 모래늪, 염습지 등 풍부한 자연적 풍경과 다양한 식물군이 있는 곳입니다.
스완지 중심부에서 버스로 대략 한 시간 정도 달려가니 South Gower Coast에 도착
땅끝으로 Worms Head를 향하여! 중간중간 노란 덤불들이 보이시나요?
처음 골스라는 나무를 접한건 어디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나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기는 정확히 기억해요. 지난번 글 기억하시나요?
굉장히 리치하면서 달콤하고 버터리한 향이 콧가를 스치고 지나가요. 말로는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하하. 혹자는 코코넛의 맛과도 같은 향기라고 하네요. 아 너무나 좋아하는 맛과 향. 나무 근처를 지나다 보면 달콤한 향기에 취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런 스위트함에는 뾰족함도 같이 있어요.
골스는 뾰족한 가시같은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더라도 닿지는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지요. 나름 이 식물만의 방어벽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담장을 골스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작은 곤충들을 특히 꿀벌들은 주변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열일을 합니다.
바닷가의 해안이라 그런지 골스의 달콤한 향기에 약간의 짠기도 조금 느껴져요. 단짠의 냄새.
시간을 넉넉히 보내고 난 뒤에는 언덕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로질리 비치로 내려갑니다.
만으로 다가와 부딪히는 파도의 소리가 들리고 140년 전의 노르웨이 난파선(Wreck of the Helvetia)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흔적이 없어지고 있어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유적입니다.
(분명 무언가 본 기억은 있지만, 사진은 없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로질리 해변은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입니다. 날씨가 좋다면 해수욕을 즐기러 오는 사람이 많기도 한 곳이에요. 웨일스의 짧은 여행이 끝나고 옥스퍼드에 갔을 때 친구도 로질리 해변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더라고요. 사진 속 로질리의 또 다른 느낌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사진을 남기지 않았을까 ㅜ.ㅜ)
마지막으로 여행이 끝나기 전, 입구의 숍으로가 크림 티를 먹었습니다. 영국이라면 어디든 빠질 수 없는 스콘과 티. 스콘에는 두둑이 클로티드 크림을 바르고 쨈도 적당히 발라주고 한입만으로도 행복이 몰려오는 시간이었죠. 홍차의 카페인과 함께 달달함이 빤짝하며 기운이 나는 느낌이라 할까요?
로질리는 골스 외에도 다양한 생물군이 함께하는 공존하는 곳이에요. 걷는 중에도 노랑향기와 함께 바닷가를 구경하고 잔잔하고 다양한 식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꼭 가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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